7월에는 여행 중이라 쓰레기를 관찰하지 못 했습니다. 사실 매일 페트병생수를 사먹는 바람에 제로웨이스트는 망했어요. 7월 쓰레기관찰기는 플로깅하며 관찰한 모로코 쓰레기 이야기로 대신할게요.
플로깅은 런닝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이에요(http://www.vogue.co.kr/2018/03/29/나와-지구를-위한-운동-플로깅/). 쓰레기를 줍기 위해 상체를 굽혀야 하기 때문에 스쿼트와 런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내내 상체를 숙이고 다녔거든요.
저는 6월 말 모로코를 여행하던 중에 대서양에 면한 작은 바닷가 마을 타가주트의 해변에서 플로깅을 했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다른 해변은 아침마다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하던데, 이곳은 서퍼들이나 캠퍼들이 종종 방문하는 해변이지만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모로코는 2016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https://news.kotra.or.kr/user/globalAllBbs/kotranews/album/2/globalBbsDataAllView.do?dataIdx=154162&searchNationCd=101106).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종이 봉투나 부직포 봉지(두번째 사진의 빨간색 봉지)에 담아 줍니다.
파도가 들고나는 경계선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어요. 파도가 쓰레기를 먼 바다로 실어가니까요. 처음에는 부직포 봉지 하나만 채울 생각이었는데, 도중에 마대를 주워서 마대의 절반 가량을 채웠습니다. 물기와 모래를 머금은 쓰레기를 채운 마대를 들고다니는 게 너무 무거워서 다 못 채우고 쓰레기통(세번째 사진의 플라스틱 바구니) 옆에 두고 왔습니다.
쓰레기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비닐, 끈,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었습니다(네번째 사진/비닐과 끈도 플라스틱 소재) 비닐봉지 전면 금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닐 쓰레기가 많았는데요, 대부분 네모난 투명 비닐이었어요. 손잡이가 없으니 제품의 포장비닐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끈은 어망이나 그물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아요. 특이한 쓰레기는 일회용기저귀, 일회용생리대, 양말, 모자였습니다.
생각보다 페트병이 안 보여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해변의 깊숙한 곳곳에 페트병 무더기들이 있었습니다(다섯번째 사진). 이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줍지 못했어요. 작은 해변에서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는데, 전지구적으로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요?
덧 1. 한산한 해변에서 만난 모로코인 두어명은 쓰레기를 줍는 이방인에게 엄지를 세워 주었지만, 같이 쓰레기를 줍지는 않았어요.
덧 2. 생각지도 못한 동료가 생겼어요. 동네에서부터 따라온 큰 개인데요(여섯번째 사진), 해변까지 와서 제가 쓰레기를 줍는 내내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해변에 사는 개들과 1대3으로 개싸움까지 벌여서 더욱 무섭;)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쓰레기관찰기